우리는 또 뒤돌아볼 틈도 없이
한 해의 끝자락에 섰습니다.
무언가 이루어 놓은 것 하나 없건만
너무 멀리 너무 많이 와 버린 날들이 아쉽기만 하네요.
동지섣달 기나긴 밤들은
사무친 그리움들로 가득하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 못 이루는 밤엔
얼음 동동 띄운 동치미 국물과
장독 깊숙이 넣어 둔 홍시감의 달짝지근함이
잊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아롱지는데......
문득 그 옛날 곱디 고운
어머니의 모습을 빠짐없이 그려보다
굵게 패인 주름살 위로
삶의 무게가 느껴졌을 때
아~ 나도 어머니처럼 똑같은 삶을 살고 있구나
화들짝 놀라 지나온 내 삶을 반추해 보기도 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지나간 세월은 모두 아쉬움으로 번지고
앞만 보고 살아온 내 인생이
너무 빨리 가 버렸다고 느껴졌을 땐
나는 아무 것도 할 수도 없음에 꼼짝 않고는
그 자리에 머무르곤 했습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뒤돌아 본 내 삶을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고
또다시 주어질 시간들을 아름답게 스케치하며
벌써 반이나 넘게 지나버린 생
앞으로 남은 생은 그저 안타까운 맘으로 뒤돌아보지 않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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