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modern)literature

[스크랩] 규방 여인의 정(情)

율카라마 2008. 11. 1. 11:00


    - 규방 여인의 정(情)
    -玉峰李氏(옥봉 이씨) 有約來何晩 유약래하만 庭梅欲謝時 정매욕사시 忽聞枝上鵲 홀문지상작 虛畵鏡中眉 허화경중미 오신다고 기약하고 왜 늦으시나 뜰에 매화 떨어지려 하는 때인데 가지 위에 까치 소리 문득 듣고서 부질없이 거울 속의 눈썹 그리네.. "기다리는 마음" 을 노래한 시로 이 작품만큼 절창(絶唱)도 드물 것이다. 멀리 떠난 님이 약속한 기일이 지나도 소식 하나 없이 돌아오지 않을 때 규방(閨房) 안에 갇혀 지내야만 했던 여인네의 애타는 마음이 절제된 표현 속에 잘 녹아 있다. 헤어질 때 님은 매화가 필 때면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매화가 다 질 때가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마음은 날마다 애가 타기만 한다. 어느날 아침 문득, 매화나무 가지에서 까치가 울어댄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속담에 불현듯 다시 희망을 가져본다. 혹시라도 기다리던 님이 오지 않을까, 들뜬 기대감에 거울울 들여다 보고 그 속에 비친 눈썹을 곱게 단장한다. 그러나 시 속의 주인공은 까치 소리 때문에 행여나, 님이 오실까 생각해서 화장을 하면서도.. 사실은 오늘도 오지 않을 줄을 알고 있다. 올 것 같았으면 약속대로 매화가 필 무렵에 벌써 왔겠지.. 다 시들 때까지 오지 않았는데 오늘이라고 올 리가 있겠는가. 바로 "虛" 자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오지 않을 줄 뻔히 알면서도 부질없이 기대해보는 안타까운 심정이 "虛" 자 속에 녹아 들어 있다. "虛" 자는 이 시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가장 중요한 핵심어이다. 이런 기능을 하는 글자를 "시안(詩眼)" 이라고 한다. 다음의 시조도 이와 비슷한 정서를 담고 있다. "설월(雪月)이 만창(滿窓)한데 바람아 부지 마라, 예리성(曳履聲) 아닌 줄을 판연히 알건마는, 그립고 아쉬운 적이면 행여 귄가 하노라" 바람 소리가 신발 끄는 소리(曳履聲)가 아닌 줄을 뻔히 알지만, 워낙 그리운 마음이 사무치다보면 행여나, 그이가 오는 소리가 아닌가 하고 "부질없이" 착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비록 순간적인 착각일지라도 그 짧은 순간 설레는 마음이야 얼마나 소중할 것인가. 작자인 이씨(李氏)는 호가 옥봉(玉峰)인데 조선 중기의 문신(文臣)인 조원(趙瑗)의 소실(小室)로서 그를 그리워하는 많은 시를 남겼다.
출처 : 시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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