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al language[詩語]

[스크랩] 작은 배가 있었네 /강연호

율카라마 2011. 9. 11. 14:55


          작은 배가 있었네 / 강연호 그대 데불고 간 세월의 강물 따라 나 흘러가지 못했네 어쩌면 그리움 어쩌면 외로움 같은 것들이 사실은 견딜 만한 거 아니냐며 뒷덜미 잡아채는 붉은 신호등에 걸려 멈춘 그 때부터 건널목 이쪽에서 신호 바뀌길 기다리는 동안 서슬 시퍼런 강물 출렁일수록 얼마나 많은 슬픔이 나를 에워싸는지 나 일찍이 철없어 헤아리지 못햇네 그대 이미 물결에 떠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가 만나 나누었던 사랑이나 눈물 혹은 희미한 추억의 힘만으로도 능히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객기 부렸네 어차피 한 번은 다쳐야 할 상처라며 그대 데불고 간 세월의 강물 말라붙도록 움키고 또 움키었지만 언젠가는 나도 흘러가야 할 물결이라며 그동안 밥 잘 먹고 건강하려 애썼지만 아직도 나를 멈춰 세운 붉은 신호등 바뀌지 않고 건널목 이쪽에서 나 마냥 기다렸네 기다리다 늙어버렸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나 세상을 구경했네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카프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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