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al language[詩語]

[스크랩] 참 이상도 하지 /김권태

율카라마 2012. 8. 1. 20:17

참 이상도 하지

 

  김권태

 

 

참 이상도 하지

한번 엎질러진 꽃은 생기를 잃어

새로 물을 갈아 주고

밑동을 다듬어 주어도

꽃잎은 검게 시들어 가는 거야

 

나는 지금

유리구두처럼 위험해

 

매혹 이후의 일을

어찌할 바 모르는 꽃잎처럼

너는 불안해

 

기억의 집에 깃들지 못하는

무의미의 정령들

나와 너 사이엔 얼마나

많은 얼음의 문장들이 있을까

 

겁도 없이 꽃을 피우는 죽음의 나무

막무가내의 꽃들로 무성한 너의 나무

죽어서도 서늘한 그림자의 나무

너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환멸의 나무

회한의 나무

참회의 나무……

 

참 이상도 하지

엎질러진 화병의 물에서

꽃잎의 영혼을 보았어

돌아보면 길이 지워지는

오르페우스의 울음처럼, 우린

이미 엎질러진

꽃잎일는지 몰라

 

 

 —《시인시각》2012년 여름호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