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al language[詩語]
[스크랩] 여름 /송승언
율카라마
2013. 5. 7. 14:36
여름
송승언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거나 아무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다 마른
입술을 통해 겨울이 왔다 나는 장롱을 뒤져 목을 묶는 생물을 찾았다
그것은 꿈틀거리고 있었다 밖에서는 습관을 버렸다 네가 온 벤치 하
나 네가 오지 않은 벤치 하나 발목 잘린 벤치 하나 온통 하나뿐인 공
원에서 왜 우리는 여전히 둘일까
네 입을 벌렸다 그것은 꿈틀거리고 있었다 쓸모가 없었고 살아 있었
다 내가 온 벤치에 너는 오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둘일까 목이 막혔다 개별적인 나무에서 개별적인 꽃
이 피었다
얼어붙은 호수에서 너를 찾았다 너는 없고 너의 표정만 갈라지고 있
었다 목이 막혔다
얼음 깨지는 소리, 벤치로 왔다 나는 땀을 흘렸다
―『현대문학』(2013. 2)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