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al language[詩語]

[스크랩] 들끊는 고요/ 이수익

율카라마 2013. 7. 12. 21:00

 

들끓는 고요

 


이수익

 

 

 

짝짓기하는 큰넓적송장벌레 한 쌍이

들켰다.

온갖 꽃이며 풀들 만화방창 피어나는 숲 속

도도한 녹음의 물살 한가운데서도 흔들림 없이

폭염이 날려보내는 불의 화살에도 끄덕없이

오로지 사랑에, 사랑에만 몰입한 나머지

 
누가 옆에서 보는지도 모르고

봐도 그냥 어쩔 수 업다는 듯이

황홀한 열애의 구덩이에 빠져 있는

저 끝없이 단순하고 후안무치한 것들 탓으로
 

고요 속엔

불온한 뜨거움이 끓고 있다.

 

 


-시집『꽃나무 아래의 키스』(천년의시작, 1991)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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