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al language[詩語]

[스크랩] 검은 오후 /최미루

율카라마 2013. 11. 15. 15:28

 

    검은오후 - 최미루
      노곤한 하루가 게으름을 피우며 오후 4시 위에 떠 있어요 물을 향해 흐르던 시간이 절룩거리고 앙상한 손들이 힘없이 노를 저어요 메마른 강줄기를 따라 퍼져 나가는 뜨거운 햇살은 악뭉일까요 축복일까요 울음을 닦아주던 아버지가 떠난 후 혼곤한 먹구름은 자주 검은 눈물을 흘려요 붉은 커피 열매들이 쓸쓸한 바구니에 쏟아져도 외로운 것은 마찬가지지요 어디선가 간절한 향기가 흘러와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주춤거리는 울음을 깨우자 어두운 곳에서 웅크리고 있던 사막이 가슴에 모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씁쓸한 삶의 문양이 이리 깊고 그윽하다니요 바람의 눈시울 붉게 번져오고 돌아앉았던 초침들 저녁 강을 향해 일어나요 검게 물든 오후가 다시 시간을 건너가요 『움시동인 2집』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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