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al language[詩語]
[스크랩] 어느 날 스타벅스에서 /이상국
율카라마
2014. 10. 23. 13:09
어느 날 스타벅스에서
이상국
나에게는 이제 남아있는 내가 별로 없다
어느새 어둑한 헛간같이 되어서
산그늘 옛집에 살던 때 일이나
살이 패리도록 외롭지 않으면
어머니를 불러본 지도 오래 되었다
저녁 내 외양간에 불을 켜놓고
송아지 나올 때를 기다리거나
새벽차를 타고
영을 넘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거의 새 것이다
그동안 많은 것을 보고
그리워하기도 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내 것이 아닌
나는 저 산천의 아들 혹은
강가에 모래 부려놓고
집으로 가는 물처럼
노래하는 사람
나에게는 지금 내가 아는 내가 별로 없다
바퀴처럼 멀리 와
무엇이 되긴 되었는데
나도 거의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어느 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그 사람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미네르바》201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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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 1946년 강원도 양양 출생. 1976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동해별곡』『내일로 가는 소』『우리는 읍으로 간다』『집은 아직 따뜻하다』『어느 농사꾼의 별에서』『뿔을 적시며』, 시선집『국수가 먹고 싶다』.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만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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