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al language[詩語]

[스크랩]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최영미

율카라마 2015. 9. 12. 10:22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최영미

 

 

너의 인생에도

한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겠지

 

바람에 갈대숲이 누울 때처럼

먹구름에 달무리 질 때처럼

남자가 여자를 지나간 자리처럼

시리고 아픈 흔적을 남겼을까

 

너의 몸 골목골목

너의 뼈 굽이굽이

상처가 호수처럼 괴어 있을까

 

너의 젊은 이마에도

언젠가

노을이 꽃잎처럼 스러지겠지

 

그러면 그 때 그대와 나

골목골목 굽이굽이

상처를 섞고 흔적을 비벼

너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헤엄치고프다, 사랑하고프다.

 



             -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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