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g pot[똥항아리]

[스크랩] 해우소!

율카라마 2009. 9. 8. 19:16


선암사 매화 보러 갔다가
매화는 일러 피지 않고
뒤가 마려워 해우소 찾았지
똥 싸는 것도 사람의 일
별거 있느냐는 듯
칸마다 문짝도 없는 해우소
하얀 화장지 대신
손바닥만하게 잘라놓은 10년 지난 신문지
가즈런히 놓여 있어 들여다보니
옛 독재자 사진이
웃으며 신문에 박혀 있는데
일을 마치고 그놈으로 밑을 닦았지
내려다보니
깊이는 또 얼마나 깊은지
까마득한 바닥에서
큰스님 큰 근심도 내 작은
걱정도 독재자의 억지 웃음도
한가지 똥이 되어
그야말로 승속이 여일한데
화장실로는 번역할 수 없는 해우소
그 깊은 뜻 깨달았지
세상에 똥구린내가
매화향처럼 느껴지긴 난생 처음이었지



- 복효근 님의 '선암사 해우소' 중에서

출처 : 광주 토요산악회
글쓴이 : 현이실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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