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랑 고서화전 ‘文心과 文情’
조상의 숨결 깃든 고미술과의 만남
고람 전기 ‘징심시회도축’ 등 60여점 26일까지 전시
고람 전기 ‘징심시회도축’ 등 60여점 26일까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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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미상의 야유풍속도. ‘한국의 미’ 책자에는 나와있으나 실물은 처음 공개된다. 당시 금값에 맞먹을 정도로 비쌌던 채색물감으로 그린 것으로 원형구도 등 전통적인 풍속화의 맥락을 잇고 있다.
호가 고람인 그는 완당 김정희의 문하에서 서화(書畵)를 배웠다. 일취월장 실력을 쌓은 그는 제자를 모아 서화를 가르쳤다. 징심회(澄心會)라 불리는 이 시사(詩社)의 구성원들은 해마다 봄이면 한양 근교 징심정(澄心停)에서 시사를 열었다.
무슨 사연인지 모르지만 고람은 더이상 모임을 이끌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의 성북동 계곡으로 추정되는 징심정에 함께 모여 술을 나누며 시를 짓고 이별의 아쉬움을 달랜다.
제자들은 선생(고람)이 술 한 말에 시 300편을 지어 시에 귀신이 울고 술로 옥산(玉山)이 무너지는 그때를 떠올리며 지필묵을 들어 이를 서화로 표현했다.
고람은 이날을 기념해 징심시회도(澄心詩會圖) 한 폭을 손수 그렸다. 그게 바로 ‘징심시회도축(澄心詩會圖軸)’이다. 고람은 30세에 요절했다.
고람 전기의 ‘징심시회도축’. 지본수묵.
15일 인사동 공화랑에서 시작하는 고서화전 ‘문심(文心)과 문정(文情)’전을 앞두고 만난 공창호 공화랑 대표는 “30도 안된 젊은 고람의 작품 수준은 70∼80대와 같은 경지에 이르고 있다”며 “‘징심시회도축’은 추사의 세한도에 버금갈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40년 고미술업 경력의 공창호 대표는 고미술 감정의 일인자로 꼽힌다. 서기(瑞氣)로 가득한 서화를 모으고 전시하는 기쁨에 고미술 외길을 걸어온 그는 “문심(文心)과 문정(文情)에 맞는 문기(文氣) 있는 작품만 구입했다”며 “고서화 전시는 작품을 구하고 해석해야 하는 등 현대미술 전시와는 다르게 전시 준비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일 작품들은 60여점. 모두 희귀작품으로 처음 공개되는 것도 있다. 겸재 정선의 황려호 작품은 ‘한국의 미’(1977년·중앙일보)에는 나와 있지만 전시장에서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현 여주초등학교 자리에 있었던 청심루에서 바라본 한강변 경치를 그린 그림으로 추정된다. 단순한 실경이라기보다 문인적 심사가 투영된 도원의 경치를 남종화풍으로 그린 작품이다.
추사 김정희의 ‘묵란도(墨欄圖)’ 2점도 걸린다. 추사는 오른쪽에 붓질마다 왼편으로 세번씩 굴리는 것이 묘가 된다고 묵란의 기법을 쓰고 난 서너 잎을 쳤다. 절제 미가 돋보인다.
이밖에 달빛 아래 고고한 자태를 드러낸 매화를 그린 현재 심사정의 ‘월매도(月梅圖)와 화재 변상벽의 ‘묘작도(描雀圖)’, 손가락으로 그려 지문이 생생히 보일 정도인 초정 박제가의 ‘지두화(指頭畵)’, 다산 정약용의 ‘제초의순소장석옥시첩(題草衣洵所藏石屋詩帖)’, 오원 장승업의 ‘군마도(群馬圖)’, 작가미상의 19세기 후반 ‘야유풍속도(野遊風俗圖)’ 등을 볼 수 있다. 전시는 4월26일까지. (02)735-9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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