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고요
이수익
짝짓기하는 큰넓적송장벌레 한 쌍이
들켰다.
온갖 꽃이며 풀들 만화방창 피어나는 숲 속
도도한 녹음의 물살 한가운데서도 흔들림 없이
폭염이 날려보내는 불의 화살에도 끄덕없이
오로지 사랑에, 사랑에만 몰입한 나머지
누가 옆에서 보는지도 모르고
봐도 그냥 어쩔 수 업다는 듯이
황홀한 열애의 구덩이에 빠져 있는
저 끝없이 단순하고 후안무치한 것들 탓으로
고요 속엔
불온한 뜨거움이 끓고 있다.
-시집『꽃나무 아래의 키스』(천년의시작, 1991)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메모 :
'Poetical language[詩語]'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낭송:단이) (0) | 2013.07.14 |
---|---|
[스크랩] 나도 가끔 유리에 손자국을 남긴다 (외 1편) /신용목 (0) | 2013.07.12 |
[스크랩] 남해 밥집 /손택수 (0) | 2013.07.12 |
[스크랩] 한 잎의 여자 1 / 오규원(낭송/단 이) (0) | 2013.06.29 |
[스크랩] 이름 /최문자 (0) | 2013.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