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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변설 / 꽃피는 곳이 주막이다 / 나이, 외로운 동행 2 /우진용

율카라마 2015. 12. 31. 08:28

변설 (외 2편)

 

  우진용

 

 

 

더러워도 사는 거다

남자들은 술을 마시고

 

더러움을 감춘다고

여자들은 화장을 한다

 

더러움을 피해서

어떤이는 산으로 가고

 

더러운 도시 위에

어떤이는 종교를 세운다

 

함부로 더럽다 말라

더러움이 세상을 움직인다.

 

 

꽃피는 곳이 주막이다

 

 

삼월로 가는 들길은

꽃피는 곳이 주막이다

 

봄까치꽃 청보라잔

종지마다 봄이 고이고

 

누룩은 산수유로 넘쳐

아예 대놓고 동이술이다

 

휘청거리는 건 바람인데

기어이 나는 아니라는데

 

산비알 조팝꽃 마구 터져

봄날이 하얗게 허기지다

 

 

나이, 외로운 동행 2

 

 

또 한해가 간다 하지 마

사실은 우리가 가는 거야

 

풍경이 아니라 기차가 가듯

태양이 아니라 지구가 돌듯

 

시간은 늘 그 자리에 있지

 

텅 빈 우주처럼…

꽉 찬 침묵처럼…

 

 

                      —시집『한뼘』(201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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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용 / 충남 천안 출생. 충남대, 건양대 대학원 졸업.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시집 『흔(痕)』『한뼘』.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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