翰墨[緣]

[스크랩] 주상관매도 /단원

율카라마 2009. 11. 25. 18:54

  

   

노년화사무중간(老年花似霧中看) - 두보  
봄 물에 배를 띄워 가는데로 놓았으니
물 아래가 하늘이고 하늘 위가 물인가
  늙은 눈에 뵈는 저 꽃은
안개 속에 잠겨 있는듯 하네

          단원의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는 죽음을 앞 둔 두보의 삶을 그린 그림입니다.
          느긋하고 한가로운 기운의 그림 여백에는 여유롭고 유장한 평시조 가락이 흐르고 한식 무렵 좋은 봄날 조촐한 주안사을 앞에 하고 끝없는 빈 공간의 가파른 절벽 위, 안개속 꽃을 봅니다. 절벽과 안개속의 꽃, 나무아래 언덕의 주름에도 김홍도의 순간의 흥취가 담겨있습니다.
            노년의 화가 김홍도는 이처럼 경물과 여백이 서로에게 안기고 스며드는 시적인 공간감각의 경지를 산수화에 그대로 담아냅니다. 그리하여 화가의 마음과 무정물인 절벽과 안개, 꽃이 서로 교감하여 그림의 여백에 가락이 흐르게 한 것입니다. ........................................
            화가는 그림의 중앙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두보의 7언시 老年花似霧中看 를 넣었습니다. 나무아래 언덕 여백에 실은 청송곡 들리시는가요 척 하고 짙은 첫붓을 댔다가 그대로 끌면서 아래로 쳐 내려간 화가의 붓놀림처럼 .. 깊이 몰아쉬는 호흡소리 들리는지요.
              동양미술사학자 오주석씨는 죽어서 단 한 점 그림을 저승으로 가져 갈 수 있다면 주상관매도라고 했습니다.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만섭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