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 정창준
머무르지 말자
작은 바람에도 몸을 다치는
우리의 몸은 얼마나 위태로운가
무겁고 쓸쓸한 몸을 이끌고
축축히 젖은 아침을 헤매다 보면
우리가 아는 자작나무는 왜 한결같이
창백한 얼굴로 선잠이 드는지
당신, 당신을 향한 슬픔의 폭과 깊이가 제 몸을 키웠지요 너무 큰 가방을 매고 떠나는 길은 왜 항상 이른 새벽에 이마를 맞대고 있는지 당신으로 인해 불우한, 그래서 눈물이 내 형체인 나는 또 얼마나 당신의 목덜미를 부비며
부창부수(夫唱婦隨)가 꿈인,
모든 상사(想思)의 일이 그렇듯
낡은 현악기처럼 엄살이 몸인 우리
다시 어느 물가로 돌아가
부은 발을 적시며 스며들어야 하는지
출처 : 박숙인 서정시인의 방
글쓴이 : 박숙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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