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 pot [Tears pot?]

[스크랩] 그 저녁의 흐느낌처럼 /이성목

율카라마 2012. 4. 17. 00:17

 

그 저녁의 흐느낌처럼

 

   이성목

 

  

어둠에 등을 대고 부음을 듣는다

목덜미를 스쳐 어깨를 넘어가는

울음은 주름살 사이에 고여도 깊다

그렇게 떠날 것은 무엇인가

기별을 꽃처럼 전할 것은 무엇인가

맺혔다가 풀리고

풀려서 수런거리는 강물이

한 몸을 받아 철렁 내려앉은 봄날

낮고 아득한 흔들림에 귀 기울이는데

꽃잎 한 장 이마를 짚는다

그 찬 손에 화들짝 깨어나면

얼굴 가득 번지는 열꽃

붉게 피었다 져도 나에게는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이 있는 듯도 하건만

사는 일이 이렇게

어둑해질 것은 또 무엇인가

당신에게 살을 석어도 모를

나는 누구냐고 자꾸 되물으며 여자가

아이를 지우고 돌아온

그 저녁의 흐느낌처럼

아파서 손 댈 수도 없는

멍이 배에 가득 번지는 것처럼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만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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