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al language[詩語]

[스크랩] 미륵불 /이덕규

율카라마 2012. 8. 22. 10:14

미륵불

 

   이덕규

 

 

 

더 이상 이 바닥에선 발아되지 않는

씨앗, 나는 썩어서 굳어버린 감자다

 

보라, 우주의 태반

한가운데에서 쏟아져 나와

어둠 속에서 밝게 쏘아 보내는

저 초신성 별빛들은

내게 보내는 냉소의 뜨거운 주먹감자다

 

천 년 만 년 기다려도

묵묵부답 피가 돌지 않는 믿음 따위

이제 털고 일어서라 한다

묵은 체증과 뒤틀린 배알을 태우며

허공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저 긴 꼬리 혜성처럼

 

한 발만 발을 떼라 한다

일엽편주, 우주의 깊은 생각 속으로

노 저어 가는 별이 되리니 한 발만

딱 한 발만 떼면, 한 순간

오십육억칠천만 년

그 긴 침묵을 깨는 위대한 말이 되리니

 

 

 

                       —《현대시학》201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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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 / 1961년 경기 화성 출생.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밥그릇 경전』등.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만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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