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불
이덕규
더 이상 이 바닥에선 발아되지 않는
씨앗, 나는 썩어서 굳어버린 감자다
보라, 우주의 태반
한가운데에서 쏟아져 나와
어둠 속에서 밝게 쏘아 보내는
저 초신성 별빛들은
내게 보내는 냉소의 뜨거운 주먹감자다
천 년 만 년 기다려도
묵묵부답 피가 돌지 않는 믿음 따위
이제 털고 일어서라 한다
묵은 체증과 뒤틀린 배알을 태우며
허공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저 긴 꼬리 혜성처럼
한 발만 발을 떼라 한다
일엽편주, 우주의 깊은 생각 속으로
노 저어 가는 별이 되리니 한 발만
딱 한 발만 떼면, 한 순간
오십육억칠천만 년
그 긴 침묵을 깨는 위대한 말이 되리니
—《현대시학》201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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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 / 1961년 경기 화성 출생.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밥그릇 경전』등.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만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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