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al language[詩語]

[스크랩] 물푸레나무의 미간(眉間)을 읽다 /이만섭

율카라마 2013. 4. 19. 13:51

 

물푸레나무의 미간(眉間)을 읽다  

 

이만섭   

 

 

 

볕 좋은 날, 개울가에서

이마와 이마를 맞대고 반짝이는 물푸레나무  

푸른 이파리들을 보면

마음이 저절로 싱그럽다  

 

나뭇가지 사이에서 소담하게 피워낸 흰

꽃을 언뜻 보았을 때

그 빛나는 생명의 환희는,  

 

한 줌 햇살에도

가슴까지 밝아오는 기쁨이 있는가 하면

빛살이 닿지 못해 개화하지 못한 꽃봉오리

개울물 소리에 귀 기울이며

물푸레 물푸레 제 몸 풀어가며

어디에도 슬픔 한 점 없는 평상심이 더 아름답다  

 

기쁨이나 슬픔이 안부를 물어 올 때

공손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얼굴과 얼굴 사이에 핀, 또 다른 꽃으로

기쁨은 떠받히고 슬픔은 흘려보내는

마음의 은신처를 몸 밖에 두었으니    

 

나무는 자화상을 미간에 새기는지도 모른다

 

 

    『시인 플러스』- 2012 가을호 -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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