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나무의 미간(眉間)을 읽다
이만섭
볕 좋은 날, 개울가에서
이마와 이마를 맞대고 반짝이는 물푸레나무
푸른 이파리들을 보면
마음이 저절로 싱그럽다
나뭇가지 사이에서 소담하게 피워낸 흰
꽃을 언뜻 보았을 때
그 빛나는 생명의 환희는,
한 줌 햇살에도
가슴까지 밝아오는 기쁨이 있는가 하면
빛살이 닿지 못해 개화하지 못한 꽃봉오리
개울물 소리에 귀 기울이며
물푸레 물푸레 제 몸 풀어가며
어디에도 슬픔 한 점 없는 평상심이 더 아름답다
기쁨이나 슬픔이 안부를 물어 올 때
공손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얼굴과 얼굴 사이에 핀, 또 다른 꽃으로
기쁨은 떠받히고 슬픔은 흘려보내는
마음의 은신처를 몸 밖에 두었으니
나무는 자화상을 미간에 새기는지도 모른다
『시인 플러스』- 2012 가을호 -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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