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여무여有餘無餘
김명인
한동안 어지럽던 꿈 이어지지 않는다
집을 떠나 너무 오래 헤매고 다녔나
했을 땐, 왜 그렇게 꿈속에서도 자주 거처를 옮겼을까
식구들 뿔뿔이 흩어졌고 소식이 없고
북적거리던 활기들도 적막 한속에 숙였으니
다락에 앉아보면 바다로 펼쳤는데
거기 뜬 쪽배 한 척 없다면!
어느 겨를에 출입조차 써늘해진 청동 속에 가둬져
당겨진 수평 끝에 매운 혀를 매다는
뭉클한 종소리만으로
나는 수초처럼 마음얼룩들 쓰다듬지 못하겠다
수심에 일렁거리는 건 헐벗은 해조
숨차서 솟구치던 천둥벌거숭이도 어느새
부레를 잃어버려서
잠긴 뒤로는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데
그도 구름이 조율하던 바람무늬였을까
아무리 뜯어도 이 탄금 펼쳐지지 않아서
제 곡조 얻지 못하는 현들의 저녁
날개를 옥죄는 검은 혀의 전족처럼
소스라쳐 깨어나는 한때의 메아리처럼
-계간『현대시학』(2012년 10월호)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만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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