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문회
최영미
젊은 그녀는 화창한 봄날 강물에 몸을 던졌고
누구는 유서를 남기고 4층에서 떨어졌고
누구는 암수술을 받은 뒤 계단에서 쓰러졌고
누구는 암수술을 받고 회복중이고
누구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을 모르고
누구는 뒤늦게 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일하고
누구는 사주팔자를 연구하는 도사가 되었고
그리고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화산이 타고 남은 재에 묻힌, 그녀는 날마다 자살을 꿈꾼다
그녀들과 학교를 다닌 나는
앞장서지는 않았지만 뒤에서 팔짱끼지도 않은 나는
종이에 기억을 오려붙인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디서 그들과 나의 길이 갈렸는지, 이해하려고
―시집『도착하지 않은 삶』(문학동네, 2010)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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