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al language[詩語]

[스크랩] 만들어진 침묵 /정숙자

율카라마 2014. 7. 17. 14:40

만들어진 침묵

 

   정숙자

 

 

 

떠도는 생각

밀어 넣은 말

비극이 된 사랑

 

바다로 간다. 약속한 바 없건만 모두 바다로 간다. 바다에 가서도

 

떠돌 뿐

밀어 넣을 뿐

출렁거릴 뿐

 

그리하여 맨 처음 침묵을 만든 건 수평선이다

그리하여 맨 처음 침묵을 간직한 건 수평선이다

 

만들어지는 거라고

만드는 거라고

만든 거라고

꾹 다문 한 줄

넓게 깊게 높이 또한 쓸쓸히

 

우그러뜨리거나 느슨하지도 않은 한 발 한 발 팽팽히 무너지면서

 

뜬구름과 빗돌

모래 언덕과 태양

눈보라와 먼 섬

균형 잡는 수평선 수평

 

가도 가도 끝없이 무엇이 부서진다 하느냐?

가도 가도 끝없이 무엇이 밀려온다 하느냐?

 

 

 

                         —《시향》201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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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자 /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감성채집기』『정읍사의 달밤처럼』『열매보다 강한 잎』『뿌리 깊은 달』, 산문집『밝은음자리표』.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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