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침묵
정숙자
떠도는 생각
밀어 넣은 말
비극이 된 사랑
바다로 간다. 약속한 바 없건만 모두 바다로 간다. 바다에 가서도
떠돌 뿐
밀어 넣을 뿐
출렁거릴 뿐
그리하여 맨 처음 침묵을 만든 건 수평선이다
그리하여 맨 처음 침묵을 간직한 건 수평선이다
만들어지는 거라고
만드는 거라고
만든 거라고
꾹 다문 한 줄
넓게 깊게 높이 또한 쓸쓸히
우그러뜨리거나 느슨하지도 않은 한 발 한 발 팽팽히 무너지면서
뜬구름과 빗돌
모래 언덕과 태양
눈보라와 먼 섬
균형 잡는 수평선 수평
가도 가도 끝없이 무엇이 부서진다 하느냐?
가도 가도 끝없이 무엇이 밀려온다 하느냐?
—《시향》2014년 봄호
--------------
정숙자 /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감성채집기』『정읍사의 달밤처럼』『열매보다 강한 잎』『뿌리 깊은 달』, 산문집『밝은음자리표』.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메모 :
'Poetical language[詩語]'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상사화 (0) | 2014.08.02 |
---|---|
[스크랩] 꽃들은 진저리를 친다 /이향아 (0) | 2014.07.24 |
[스크랩] 수면을 향해 수면을 넘어 /베개 / 김기택 (0) | 2014.07.15 |
[스크랩] 한 잎의 여자 1 / 오규원(낭송/단 이) (0) | 2014.07.09 |
[스크랩] 김종철 (0) | 2014.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