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al language[詩語]

[스크랩] 발품 /이만섭

율카라마 2015. 9. 22. 18:11

발품

 

 

       이만섭

 

 

 

모두 길을 가는데 나는 길을 헤매고

길밖에 길 없는데 길 아닌 곳 없어

십 리 길 안에도 백 리 길이 있는가,

 

발을 믿고 따르다가

닳아버린 신발의 둣굽을 보네

새삼스럽게도 땅덩어리는 둥글구나,

그렇지 않고 나는 안짱다리가 될 수 있을까,

 

오늘도 직선주로를 휘어간다

갈 데까지 간다

이같이 갈마들기를 되풀이하는 나는

언제까지 구태의연해야 할까,

그렇기 때문일까

가운뎃길이 변방을 만나는 것을 보았다

 

오늘은 발의 수고로움에

녹봉을 얹혀주듯이

발바닥의 굳은살을 달래고 있다


「문학광장」2015, 9 - 10월호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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