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이만섭
모두 길을 가는데 나는 길을 헤매고
길밖에 길 없는데 길 아닌 곳 없어
십 리 길 안에도 백 리 길이 있는가,
발을 믿고 따르다가
닳아버린 신발의 둣굽을 보네
새삼스럽게도 땅덩어리는 둥글구나,
그렇지 않고 나는 안짱다리가 될 수 있을까,
오늘도 직선주로를 휘어간다
갈 데까지 간다
이같이 갈마들기를 되풀이하는 나는
언제까지 구태의연해야 할까,
그렇기 때문일까
가운뎃길이 변방을 만나는 것을 보았다
오늘은 발의 수고로움에
녹봉을 얹혀주듯이
발바닥의 굳은살을 달래고 있다
「문학광장」2015, 9 - 10월호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메모 :
'Poetical language[詩語]'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순환하는 시 /윤석정 (0) | 2015.10.16 |
---|---|
[스크랩] 분다, /정다인 (0) | 2015.09.26 |
[스크랩] 서상만 시인의 시 (0) | 2015.09.15 |
[스크랩]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최영미 (0) | 2015.09.12 |
[스크랩] 김승희의 /가까운 사람을 멀리 사랑하기 위하여 /권순진 (0) | 2015.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