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부르는 이름 하나/ 홍신선
늦가을 저문 노래 지고 가다가
바람들이 혈혈단신 갈대에게 벗어 내주는
이 변방 외진 길
혼자서 걷노라면
아, 외워보고 싶은 까마득한 이름 하나.
나이 늘어 그날의 혀와 입은 왼통 지워지고
나는 쓸쓸한 목숨만으로 외일 뿐이니
사랑했던 사람아
지금 너는 어느 단란한 부엌에서
밥그릇들을 씻어 얹는가
지아비와 잠든 어린것들 곁에서
추억의 싸늘한 독들을 깊이 묻는가
세상과 시간은 갈수록 서늘한 등줄기로
무연총(無緣塚)처럼 사나웁게 주저앉고
이 길가 흔들리는 잡풀들에게는
우수수우수수
누군가의 내버린 귀(耳)들이
저리도 부질없이 많은 것인가
저리도 부질없이 많은 것인가
들어줄 누구도 없이
혼자 외워보는
까마득한 이름 하나
- 시집 『우연을 점 찍다』(문학과지성,2009)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만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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