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김명인
풍랑에 부풀린 바다로부터
항구가 비좁은 듯 배들이 든다
또 폭풍주의보가 내린 게지, 이런 날은
낡은 배들 포구 안에서 숨죽이고 젊은 선단들만
황천(荒天) 무릅쓰고 조업 중이다
청맹이 아니라면
파도에게 저당 잡히는 두려운 바다임을 아는 까닭에
너의 배 지금 어느 풍파 갈기에 걸쳤을까
한 번의 좌초 영원한 난파라 해도
힘껏 그물을 던져 온몸으로 사로잡아야 하는 세월이니
네 파도는 또박또박 네가 타 넘는 것
나는 평평탄탄(平平坦坦)만을 네게 권하지 못한다
섬은 여기 있어라 저기 있어라
모든 외로움도 결국 네가 견디는 것
몸이 있어 바람과 맞서고 항구의 선술로
입안 달게 헹구리니
아들아, 울안에 들어 바람 비끼는 너였다가
마침내 너 아닌 것으로 돌아서서
네 뒤 아득한 배후로 멀어질 것이니
더 많은 멀미와 수고를 바쳐
너는 너이기 위해 네 몫의 풍파와 마주 설 것!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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