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미당문학상 후보작
창문이 비추고 있는 것
글 / 이 수 명
창을 바라본다, 창문이 비추고 있는 것
이것이 누군가의 생각이라면 나는 그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누군가의 생각 속에 붙들려 있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의 생각이라면 나는 누군가의 생각을 *질료화한다.
나는 그의 생각을 열고 나갈 수가 없다
나는 한 순간
누군가의 꿈을 뚫고 들어선 것이다
나는 그를 멈춘다.
커튼이 날아가 버렸다, 나는 내가 가까워서 놀란다,
나는 그의 생각을 돌려보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생각을 잠그고 있다.
나의 움직임 하나하나로
창문이 비추고 있는 것
지금 누군가의 생각이 찢어지고 있다.
*질료(質料); 형식을 갖춤으로서 비로소 일정한 것으로 되는 재료
(아리스토 탤레스는 이를 형상과 함께 존재의 근본이라고 생각함)
* 이 수 명 : 1966년 서울 출생
1994년 “작가세계” 로 등단
시집: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붉은 담장의 커브” 등
박인환 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수상
출처 : "나 루 지 기"
글쓴이 : 전 * 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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