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al language[詩語]

[스크랩] 수중릉에서 /나해철

율카라마 2012. 5. 21. 21:48

수중릉에서

 

   나해철

 

 

 

살면서 흘려버렸던 시간들을

덮고서 나는 누웠다

 

회한과 수고도 사라져

맑은 물이 된 과거 너머로

네 얼굴이 푸르구나

 

누굴 위해 살았던 것이 아니었었지

이제야

너를 위해 나머지 영원한 시간을 바친다

 

물이랑 일렁이면

나의 심장이 너를 위해 박동하고

있음을 알라

파도가 희게 부서지면

나의 영혼이 너를 위해 울고

있음을 알라

 

네 밤과 낮의

가장자리 모든 물가에

내 숨소리 철썩이고 있으리니

 

나에게 오라

네가 어떤 절정에 서 있을 때라도

 

 

 

                              —《시인세계》201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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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철 / 1956년 전남 나주 출생. 1982년〈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 『무등에 올라』『동해일기』『그대를 부르는 순간만 꽃이 되는』『아름다운 손』『긴 사랑』『꽃길 삼만리』등. ‘5월시’ 동인. 나해철 성형외과 원장.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만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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