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속의 방
길상호
쓸쓸하게 배가 아픈 밤
손을 따고 들어가 보는 방
손톱의 창에 박혀있던 가시는
곪은 바람을 또 불러들이고
명치에 쌓인 나를 쓸어내리며
당신은 아무 말 없네
어둠이 죽은피처럼 고여
끈적거리는 그 방안에서
끊어진 손금 묶어 이으면서
당신이 보랏빛으로 떠는 동안
창 너머 하늘에 따끔
차가운 별 하나 돋아나네
서서히 굳는 핏방울과 함께
스르르 닫히고 마는 방
손톱 속에 당신을 묻고
나는 다시 나의 손금을 사네
—《시에》2013년 가을호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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