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al language[詩語]

[스크랩] 손톱 속의 방 /길상호

율카라마 2013. 9. 8. 15:13

 

손톱 속의 방

 

 

   길상호

 

 

 

 

 

 

 

쓸쓸하게 배가 아픈 밤

손을 따고 들어가 보는 방

 

 

손톱의 창에 박혀있던 가시는

곪은 바람을 또 불러들이고

 

 

명치에 쌓인 나를 쓸어내리며

당신은 아무 말 없네

 

 

어둠이 죽은피처럼 고여

끈적거리는 그 방안에서

 

 

끊어진 손금 묶어 이으면서

당신이 보랏빛으로 떠는 동안

 

 

창 너머 하늘에 따끔

차가운 별 하나 돋아나네

 

 

서서히 굳는 핏방울과 함께

스르르 닫히고 마는 방

 

 

손톱 속에 당신을 묻고

나는 다시 나의 손금을 사네

 

 

 

 

 

—《시에》2013년 가을호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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