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용택
나도 봄 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 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상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그 여자네 집_김용택 (7시집)/한국문학도서관-1998.05.22
*104쪽
출처 : 풍경속 詩 한송이
글쓴이 : 시풍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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