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꽃들 모여 핀 까닭 하나를
장석남
한 덩어리의 밥을 찬물에 꺼서 마시고는 어느 절에서 보
내는 저녁 종소리를 듣고 있으니 처마 끝의 별도 생계를 잇
는 일로 나온 듯 거룩해지고 뒤란 언덕에 보랏빛 싸리꽃들
핀 까닭의 하나쯤은 알 듯도 해요
종소리 그치면 흰 발자국을 내며 개울가로 나가 손 씻고
낯 씻고 내가 저지른 죄를 펼치고 가슴 아픈 일들을 펼치고
분노를 펼치고 또 사랑을 펼쳐요 하여 싸리꽃들 모여 핀 까
닭의 다른 하나를 알아내곤 해요
-시집 『뺨에 서쪽을 빛내다』( 창비, 2010 )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메모 :
'Poetical language[詩語]'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낮아지는 저녁 /뒤 /내 장미라고 불렀던 것은 / 동행 /전동균 (0) | 2014.06.22 |
---|---|
[스크랩] 비망록 /김경미 (0) | 2014.06.18 |
[스크랩] 이화은 (0) | 2014.06.11 |
[스크랩] 오월의 소문 / 김민조 (0) | 2014.06.09 |
[스크랩]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 (외 1) /강신애 (0) | 2014.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