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al language[詩語]

[스크랩] 오월의 소문 / 김민조

율카라마 2014. 6. 9. 01:27

오월의 소문

 

김민조

 

 

  

그렇게 해서 모두들 돌아갔다

도로변 풍경들과 가로수의 비애를 남기고서

쏜살같이 질주하는 홍수 속에서

이 시대의 비겁을 탐하듯

어리석은 강변을 스치고 달렸다

 

어디에선가

애절하게 들려오는 비탄가는

내 속을 확 뒤집어놓고서

옆으로 난 비포장도로 먼지까지 날려 보냈다

 

몇 번을 망설이다

입 다물기로 했다

 

소문은 소문의 꼬리를 물고서 늘어지고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에 혹은 아니라는 것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그래서 아무런 말도 않기로 했다

 

문틈으로 들어온 햇살에

부유하는 먼지처럼

고요히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오월은 늑장을 부리며 지나갔다

 

출처 : 박숙인의 글밭
글쓴이 : 박숙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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