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al language[詩語]

[스크랩]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 (외 1) /강신애

율카라마 2014. 6. 6. 08:52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

 

          강신애

 

 

 

        더, 더 희게

 

        더, 더 가벼이

 

        입술 깨물고 호기심으로 달려가는 무인칭들

 

        꼭꼭 뭉쳐던지면

        떨어진 곳에서 눈사람이 태어났지

 

        코코넛에 영혼이 있다고 믿어 쪼개기 전

        당신을 먹어도 되겠습니까?

        허락을 구한 피지 섬사람처럼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

 

        아주 잠깐 허수아비였다가 물이였다가

        하늘 창(窓)을 떼어들고 투신할 당신

 

        내가 얼마나 타버렸기에

        내가 얼마나 눈멀었기에

        그토록 느닷없이 공간 가득 몰려오는가, 촘촘한 영혼이여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미혹을 자동기술하기 위해

 

        당신을 먹어도 되겠습니까?

        당신을

 

 

 

       , 상징사전

 

 

 

 

        조향사는 향수를 쓰지 않는다

 

        봉오리에 영근 향이 폭발하는

        찰나의 입회,

 

        천연의 몽환을 포집하기 위해

        늘 백지다

 

        향은

        태양이 물 주어 기른 지상의 기호사전

 

        엉킨 실마리 찾아

 

        꽃에 묶인 상징의 색인을 펼쳐내고

        후각의 팔레트에 비비고 섞으며

 

        녹음 어우러진 재스민과 은방울꽃 골짜기,

        국화꽃 비탈을 헤매인다

 

 

        —시집『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시인동네 시인선, 2014)에서

     

        - 인천 강화에서 태어나 1996 『문학사상』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서랍이 있는 두 겹의 방』『불타는 기린』이 있다.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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