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al language[詩語]

[스크랩] 외로운 개화 /손진은

율카라마 2013. 4. 4. 15:44

외로운 개화

 

   손진은

 

 

 

해마다 개화 시기 수첩에 적으며

찾아다니는 김 교수

서둘러 달려가면 꽃봉오리 아직 숨었고

그리움 눌러 참고 다다르면 분분한 낙화 아쉬운 거라

오늘 아침에도 순천시청 문화담당에다

전화를 넣었다

또 그 절정의 시기라고라?

아따 멫번씩 말해야 알아묵는다요

꽃 피는 거사 꽃나무 마음이제

전화벨처럼 화르륵 피어났다

받으려면 떨어지는 게 꽃이랑께요

정 답답하면 꽃나무에게 직접 전화 걸어 물어보등가

무정한 洛花처럼 전화는 끊기고

하, 그 뽀얀 이팝친구들이

전화를 받기는 할까

옆구리의 벨소리에 화들짝 흰밥 다 쏟아버리진 않을까

 

눈앞에 삼삼한

새의 달뜬 날개와

지나가는 구름 궁둥짝을 당기는

설레는 빛 속

떨어지는 것이 어디 꽃뿐이랴

몇 트럭분의 시간들도 순식간에

뒤태도 보이지 않고 사라져버린다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