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도 하지
김권태
참 이상도 하지
한번 엎질러진 꽃은 생기를 잃어
새로 물을 갈아 주고
밑동을 다듬어 주어도
꽃잎은 검게 시들어 가는 거야
나는 지금
유리구두처럼 위험해
매혹 이후의 일을
어찌할 바 모르는 꽃잎처럼
너는 불안해
기억의 집에 깃들지 못하는
무의미의 정령들
나와 너 사이엔 얼마나
많은 얼음의 문장들이 있을까
겁도 없이 꽃을 피우는 죽음의 나무
막무가내의 꽃들로 무성한 너의 나무
죽어서도 서늘한 그림자의 나무
너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환멸의 나무
회한의 나무
참회의 나무……
참 이상도 하지
엎질러진 화병의 물에서
꽃잎의 영혼을 보았어
돌아보면 길이 지워지는
오르페우스의 울음처럼, 우린
이미 엎질러진
꽃잎일는지 몰라
—《시인시각》2012년 여름호
출처 : 시와 공간
글쓴이 : 이양덕 원글보기
메모 :
'Poetical language[詩語]'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그대는 어디서 무슨 병 깊이 들어 / 김명인 (0) | 2012.08.06 |
---|---|
[스크랩] 반음계 /고영민 (0) | 2012.08.06 |
[스크랩] 달과 수숫대 /장석남 (0) | 2012.08.01 |
[스크랩] 김선재 (0) | 2012.07.12 |
[스크랩] 민들레가 민들레씨에게 / 임보 (0) | 2012.07.02 |